"망국적인 신사대주의적 발상" 비판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 2019.09.03.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 2019.09.03.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신치'로 변경한 문화체육관광부의 결정을 철회해 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신기(辛奇·중국어 발음은 신치)'로 바꾼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발표를 철회해 달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렸다.

 김 교수는 "김치 대신 신치를 사용하면 수 백 년 동안 사용해온 우리의 자랑스러운 고유명사인 김치의 의미가 퇴색하고 국내외적으로 김치에 대한 이미지가 큰 손상을 입는다"며 "김치는 많은 외국 특히 중국 사람들도 거의 다 아는 명사다. 이런 상황에서 김치를 대신할 말로 '신치'를 제정한 것은 자칫 한국이 '김치'라는 말을 포기하고 '신치'라는 신조어를 사용하기로 했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지어 김치와 비슷한 신상품 '신치'를 개발한 것으로 잘못 이해할 수도 있다"며 "김치라는 고유명사로 세계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을 갑자기 이름을 바꿔서 신치라고 명명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어느 사회, 어느 국가라도 자신들에게 없는 문화를 이해하기 쉽도록 명명하기 위해 자신의 문화와 가장 근접한 용어를 택한다. 그래서 중국인들도 한국의 김치와 가장 근접한 문화라고 여기는 그들의 '파오차이'를 택해 김치를 번역하고 대신 한국의 김치가 자신들의 파오차이와 다른 점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한궈(한국)'라는 접두어를 붙여서 지금까지 줄곧 '한궈 파오차이(韓國泡菜)'라고 불러왔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으로써는 '한궈 파오차이(韓國泡菜)'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괄호 안에 'Kimchi'라는 영어 발음표기를 병기해주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며 "굳이 생뚱맞게 다시 '신치'라는 말을 지어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적었다.

 아울러 "중국 외의 다른 외국에도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이미 김치로 알고 있는 외국인들을 혼란에 빠뜨릴 우려가 있고, 김치를 홍보하는 데에 사용하는 용어의 일관성 결여로 홍보효과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한자는 결코 중국만의 문자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2000년 이상 사용해왔고 일본도 사용하는 동아시아 공동의 문자"라며 "한자에는 당연히 자주적이고 독자적인 한국식 한자 발음이 있다. 김치를 '辛奇'로 표기하는 순간 중국발음으로는 '신치'가 되지만, 한국식 한자발음으로는 ‘신기’가 된다. 자랑스러운 고유명사 '김치'가 우리나라 내에서도 '신기'로 둔갑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고유명사를 중국 사람들이 어떻게 쓰고 어떻게 읽을 것인지는 완전히 그들의 문제"라며 "코카콜라를 '커커우커러(可口可樂)'라고 쓰는 것은 중국인들 스스로 그들의 문자생활을 위해 고안한 것이지 미국이 나서서 그렇게 지어 준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 러면서 "우리가 나서서 '김치'라는 고유명사의 고유발음을 버리면서까지 '신치'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는 것은 우리의 자존심을 스스로 버리는 어리석은 처사이자 망국적인 신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우리의 고유명사 김치를 버리고 '신치'라는 말을 지어서 중국에 제공하고, 앞으로 김치를 신치라고 부르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은 가히 망국적인 사대주의"라며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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