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른바 ‘항일빨치산’ 창설 90주년 기념 열병식을 25일 밤늦게 개최했다고 다음날 조선 중앙 통신이 공식 확인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통상 열병식 다음날 아침에 보도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오전 11시를 넘겨서야 관련 보도를 내놓았다.

 김정은 국무 위원장은 열병식을 참관하고 대중연설을 통해 “우리의 핵심적 이익을 침탈하려 들면 핵무력 사명을 결행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지난 16일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는 단거리 유도 미사일 발사 실험을 성공해 남측을 전술핵으로 타격할 수 있음을 과시한 데 이어 다시 한번 으름장을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26일 북한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5일 열병식에서 "우리가 보유한 핵무력을 최대한 급속도로 더욱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김 위원장은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해 임의의 전쟁 상황에서 각이한 작전 목적과 임무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핵전투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면 "지금 조성된 정세는 공화국 무력의 현대성과 군사기술적 강세를 항구적으로 확고히 담보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조치들을 강구할 것을 재촉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또 "우리는 격변하는 정치군사 정세와 앞으로의 위기에 대비해 자위적이며 현대적인 무력 건설의 길로 더 빨리, 더 줄기차게 나갈 것"이라며 핵무력 급속 발전 조치를 거론했다.

 나아가 "우리 핵무력 기본 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돼 있을 수는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공화국의 핵무력은 언제든 자기의 책임적인 사명과 특유의 억제력을 가동할 수 있게 철저히 준비돼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직접 핵무력 선제 사용 가능성을 공식 시사한 것이다. 이는 앞서 북한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등이 담화로 내놓은 핵위협과 궤를 같이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또 "어떤 세력이든 공화국과 군사적 대결을 기도한다면 그들은 소멸될 것"이라며 "전체 무력은 언제나 자기 위업에 대한 신심을 굳게 하고 도전을 맞받아 용감히 나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혁명무력이 당의 사상과 의지, 우리 국가와 인민의 힘의 체현자로 항상 혁명의 전위에 서있는 한 우리식 사회주의 위업은 앞으로도 영원히 필승불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 김 위원장은 군의 정치사상 강군화를 주문했다. 그는 "인민군대 안의 모든 당 조직들과 정치 기관들은 사상 혁명에 계속 불을 걸고 군인 대중의 혁명 사상 배양, 정신력 배양에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군 현대화 구호를 부각하고 군사 인재 육성 체계 현대화, 작전 전투 훈련 현대화, 군수공업 부문에서 새 세대 첨단 무장 장비들을 계속 개발·실전 배비할 것 등을 요구했다.

 열병식은 25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렸다. 북한 매체는 "주체형의 첫 혁명적 무장력인 조선 인민혁명군 창건 90돌을 경축해 조국 청사에 특기할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됐다."라고 밝혔다.

 열병식 서막엔 항공육전 병들이 깃발을 나부끼면서 광장에 착륙하는 등 행사가 진행됐다. 군악대는 두 자리 권총, 4·25, 90 등의 숫자와 당 마크, 옹위 등 글자를 나타내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열병식에는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참석했다. 또 박정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리병철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중앙위 비서도 자리했다.

 또 리영길, 권영진, 림광일 등 무력기관 책임간부들, 대연합부대장, 정치위원들, 연합부대장들이 주석단에 위치했다.

 최룡해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무 위원회 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중앙위 조직비서, 김덕훈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무 위원회 부위원장 겸 내각총리는 귀빈석에 자리했다.

 아울러 리일환, 정상학, 오수용, 태형철, 김재룡, 김영철, 정경택, 박정근, 오일정, 허철만, 박태덕, 김형식, 유진, 박명순, 리철만, 김성남, 전현철, 주철규, 리선권, 리태섭, 우상철, 김영환 등 당·정 간부들이 주석단에 위치했다.

 행사는 깃발 게양, 주악과 예포 21발 등으로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경축 연설에서 90년 전 첫 무장력 의의를 평가하고 "혁명 무력이 항상 전위에 서 있는 한 우리식 사회주의 위업은 앞으로 영원히 필승불패할 것"이라며 "무궁한 영광과 승리를 위해 힘차게 싸워가자"라고 밝혔다.

 열병식 보고는 군 차수인 리영길 국방상이 박정천 군 원수에게 했다. 이후 명예기병종대 입장을 시작으로 열병식이 거행됐다.

 열병에는 첫 세대 항일무장투쟁 시기 종대, 중앙위원회 호위처 종대, 국무 위원회 경위국 종대, 호위국 종대, 호위 사령부 종대, 제1군단 종대, 제2군단 종대, 제4군단 종대, 제5군단 종대 등이 참여했다.

 특수작전군 종대도 열병에 참여했으며 "김정은 동지는 우리 혁명 무력 중추를 이루고 국가방위 제1선 진지들을 지켜나가고 있는 핵심 부대, 주타격 전방의 장병들에게 뜨거운 전투적 인사를 보냈다."라고 북한 매체는 전했다.

 또 고사 포병 군단, 제91군단, 제3군단 종대가 참여했다. 아울러 서울류경수 제105탱크사단, 제425기계화 보병사단 등 탱크 장갑 사단, 기계화 보병사단 종대들도 모습을 나타냈다.

 이외 각급 군사학교 종대들과 노농적위군 종대, 국가보위성 종대, 여성 교통 안전원 종대, 군견 수색대 종대, 특별 기동대 종대, 비상방역 종대 등도 열병 대열에 있었다.

 공군 열병 비행도 진행됐다. 북한 매체는 "오각별과 월계수를 형상한 비행 종대가 눈부신 축포탄을 쏘아 올리며 광장 상공을 통과했다."라고 묘사했다.

 북한 주요 무기들도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포병 무력이 언급됐으며 초대형 방사포와 전략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 등이 열병식 현장에 등장했다.

 매체는 초대형 방사포에 대해선 "작전 지대 안의 주요 타격 대상들을 사정권 안에 두고 임의의 순간에 선제적인 연속 타격으로 초토화할 수 있는 세상에 없는 조선의 절대병기의 하나"로 지칭했다.

 전략미사일 종대에 대해선 "하늘과 땅, 바다, 우주의 그 어느 공간에서 그 어떤 전쟁 방식에도 능히 대응해 줄 수 있고 적을 단호히 제압 분쇄할 수 있는 강력한 전쟁 수행 능력을 과시"한다고 평했다.

 화성 17형에 대해서는 "주체 조선의 절대적 힘,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온 세상에 과시하며 만 리 대공으로 치솟아 오른 화성포 17형의 어마어마한 모습을 가까이하는 온 광장이 삽 시에 환희와 격정의 도가니로 화했다."라고 밝혔다.

 열병식 말미에는 축포가 터졌다. 매체는 "열병식은 공화국 무력의 불패 성과 강대성, 변혁적 발전상을 다시금 만방에 과시하는 특대 사변으로 위대한 김정은 시대, 부흥 강국 새 시대를 빛내는 영웅적 투쟁을 고무 추동하는 의의 깊은 역사적 계기"라고 자평했다.

 조선 인민혁명군은 1932년 4월 25일 김일성 주석이 창건했다고 주장하는 ‘항일유격대’로, 북에선 1978년부터 2017년까지 이날을 ‘건군절’로 기념했다. 그러다 2018년 노동당 정치국 결정서를 통해 2월 8일을 조선인민군 창건 일로, 4월 25일을 조선 인민혁명군 창건 일로 지정했고, 2020년부터 국가 공휴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조선 인민혁명군 창건 기념일을 계기로 열병식을 한 건 북한 역사에서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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