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금융감독원은 12월 정 원장이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사의를 표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금감원장의 임기는 3년으로, 정 원장은 지난해 8월 취임해 약 9개월간 원장직을 맡았다. 정 원장은 통상 정권 교체기에 기존 금감원장이 물러났던 관례에 따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고승범 금융 위원장도 지난 6일 사의를 표명해 금융 위원장과 금감원장에 대한 후임 인사가 모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차기 금융 위원장으로는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르면 이날 중 후보자로 지명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차기 금감원장 후보로는 행시 31기인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거론된다. 이 수석부원장은 재경부 경제정책국과 기재부 차관보 등을 지냈다. 수석부원장인 만큼 업무의 연속성 측면에서 금감원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행시 32기인 이병래 한국공인회계사회 대외협력 부회장도 거론되는 후보 중 한 명이다. 이 부회장은 재무부 경제정책국을 거쳐 금융감독위원회 금융정책과장,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일각에서는 독립적인 감독기관인 만큼 민간 출신이나, 캠프 출신 중량감 있는 관료가 발탁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 원장은 사의를 표명했지만 차기 금감원장이 오실 때까지 당분간 계속 출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8월 각각 금융 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으로 취임한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은 9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재임기간을 마치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이 '가계부채'라는 난제에 성공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고 위원장의 경우 '가계부채 저승사자'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급속도로 불어나기만 했던 가계부채를 취임 4개월여만에 감소세로 돌려놓는데 성공했다. 고 위원장은 취임 당시부터 일관되게 "가계부채발(發) 거시경제 위험을 해소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하다."라며 "필요시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해 추가 대책도 적극적으로 발굴·추진하겠다."라고 강조해 왔다.

 이에 고 위원장은 취임 직후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총량 관리제와 개인별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DSR) 규제 조기 시행 등 강도 높은 규제를 펼쳤고, 전 금융권 가계부채 증가세는 올 1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그 결과 취임 직전인 지난해 7월 두 자릿수까지 치솟았던 전년 동월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은 지난달 3%까지 대폭 낮아진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 위원장이 앞서 말한 것처럼 가계부채 문제는 매우 어렵고 환영받을 수 없는 인기 없는 정책"이라며 "그럼에도 지난해 가계부채 문제가 극에 달하던 어려운 시기에 취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하셨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 원장은 전임자인 윤석현 전 금감원장에 비해 시장친화적 행보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정 원장은 불확실성과 부담이 크다는 비판을 받아온 금감원 종합 검사 방식을 없애고 정기·수시검사'로 개편했다. 또 금리 인상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되는 소위 '퍼펙트 스톰'에 대비해 '대내외 리스크 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등 거시경제 리스크에 잘 대응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장, 금융 위원장이 모두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금융당국 수 장의 진용을 새롭게 꾸려 정책을 추진하게 됐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주 내에 공식 발표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코리아이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