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최근 잇따라 고정금리 주택 담보대출(주담대)의 금리 인하 및 대출 기간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 강화에 대한 사전 대비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변동금리 대출자들을 고정금리로 전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고정금리 주택 담보대출(주 담대)의 금리를 인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2일부터 우리 아파트론, 우리 부동산론, 우리원(WON) 주택 대출 상품의 금리를 내렸다. 대출자가 5년짜리 변동금리를 선택하면 금리를 0.4% 포인트 내려준다는 것이다. 5년짜리 변동금리는 은행채 5년 물에 연동해 5년간 금리가 고정된 후 5년마다 금리가 변한다. 따라서 5년간 고정된 후 6개월 주기로 코픽스 금리에 연동해 변동되는 고정 혼합형보다 더 고정금리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KB국민은행도 지난 3월 시행한 주담대 금리 인하를 두 차례 연장한 상태다. 주담대 변동금리와 고정금리(혼합형)를 각각 0.15% p, 0.45% 포인트 내렸는데, 고정금리 인하폭을 더 크게 잡아 대출자들의 고정금리 선택을 유도하고 있다.

 통상 고정금리 상품은 금리 변동에 대한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은행들은 변동금리 상품보다 금리를 더 높게 설정한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고정금리 상품의 금리를 우선적으로 내리는 이유는 금리 상승기에 진입하면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변동형 주담대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코픽스(COFIX)가 한 달 새 0.12% 포인트 오르는 등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면서, 주담대 금리도 빠른 속도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향후 2~3차례 '빅스텝'을 예고하는 등 긴축 속도를 높이고 있고, 한국은행도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이달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변동금리 상품 금리 수준이 고정금리 상품보다 낮다 보니, 여전히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차주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신규 취급액 기준 변동금리 가계대출 이용자 비중은 80.5%인 반면, 고정금리 비중은 19.5%에 불과했다. 10명 중 8명은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란 얘기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 포인트 오를 때마다 1인당 연 이자 부담은 평균 16만 4000원 늘어나며, 1% 포인트 상승하면 연 이자 부담액은 65만 5000원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일각에선 '새 정부 눈치 보기'라는 해석도 있다. 은행들의 '이 자 장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은행들이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 도입이 이뤄지기에 앞서, '고정금리 비중을 높이라'라는 정부의 주문을 적극 이행하는 방식 등으로 미리 자세를 낮춘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금융당국은 고정금리, 분할상환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에 가계대출의 고정금리 비중과 비거치식 분할상환 목표치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은행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연말까지 52.5%,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비중은 60.0%로 전년 대비 2.5% 포인트씩 높이도록 했다.

 정부는 또 올 하반기 보금자리론 금리보다 최대 0.3% 포인트(30bp)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안심전환대출도 내놓기로 했다. 현재 5월 보금자리론 금리인 연 4.1~4.4%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3~4%대 고정금리 주담대로 갈아탈 수 있는 것이다. 단 신청이 몰릴 경우엔 자격을 갖췄더라도 주택 가격이 낮은 순으로 선정한다.

 한편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금리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자 변동금리 주택 담보대출 상품을 저리의 고정금리 상품으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12일 올해 안심전환대출을 20조 원 공급하고, 내년 금리나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최대 20조 원을 추가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안심전환대출은 1·2금융권의 변동금리(혼합형 포함) 주담대 대출을 장기·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해 주는 것이다. 정부가 주택금융공사에 1090억 원을 출자하면, 주택금융공사는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재원을 조달해 차주에게 대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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