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개편 논의에 착수한다.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를 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방향성을 놓고 폐지나 축소가 아닌 '미세조정'을 내세우면서 이번 개편이 서울 분양시장 판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올해 들어 원자재 가격 상승과 더불어 공사비 갈등에 서울 주택 공급이 가뭄 수준으로 쪼그라들자 새 정부가 부동산 정책 최우선 과제로 분양가상한제 개선에 속도를 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분양가상한제는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서 손봐야 할 첫 번째 제도"라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주택 공급을 촉진하는 의미에서 분양가상한제가 경직된 부분을 시장의 움직임에 잘 연동되도록 개선 방안을 6월 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 장관이 분양가상한제 개선을 1호 과제로 지목한 것은 올해 들어 서울 지역 주택 공급량이 확연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초 서울지역 상반기 분양계획 물량은 24개 단지 9734가구였지만 5월 현재 1월부터 분양한 물량을 포함해 상반기 분양계획 물량은 17개 단지 2350가구로 쪼그라들었다. 연초 계획 물량 대비 75.9% 줄어든 것이다.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과 동대문구 이문 1구역, 경기 광명시 광명 2구역 등 대규모 사업장이 분양가 산정 문제 등으로 분양이 늦어지면서 주택시장의 공급 가뭄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처럼 정비 사업 분양 지연 사례가 잇따라 나오는 데는 분양가상한제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윤석열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개선에 나서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대폭적인 축소보다는 정비 사업 특수성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가산비 형태로 분양가에 반영해 주는 방안을 검토할 전망이다. 조합원 이주비, 원자잿값 상승분, 명도 소송비를 반영하는 방안 등이 검토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분양가상한제 구성 항목은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공사비), 가산비로 이뤄진다.

 원 장관은 "분양가상한제의 경직된 운영으로 인해 이주비가 반영이 안되거나, 요즘처럼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데 누가 봐도 수긍할 수 없는 가격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누른 것 때문에 또 다른 부작용도 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토지비용과 건축비, 이주비, 명도 소송비 등 정비 사업의 특성을 반영한 분양가 규제 운영 합리화를 공약하기도 했다.

 분양가상한제 개선이 공급 가뭄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해지는 만큼 청약 대기자들의 불만도 터져 나올 수 있다.

 또한 분양가뿐 아니라 전체 집값을 자극하게 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어 새 정부가 내달 공개한 구체적인 개선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분양가상한제 개정은 공급자에게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청약 대기자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사라진 분양가로 분양을 받는 것이 망설여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분양가상한제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제도의 긍정적인 효과를 감안할 때 윤석열 정부가 폐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원 장관은 "분양가상한제는 분양 아파트의 가격을 관리해서 수분양자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기도 하고, 분양가가 기존 집값 상승을 막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기도 한다."라며 "한 번에 없애기에는 부작용이 크다."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미세조정에 나선 이유는 자칫 (분양가 상한제 손질이) 분양가 급등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라며 "공급만 늘린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 활성화 효과는 있겠지만 가격이 오르면 수요자들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적절한 선에서 현실화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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