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3일 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하고 여야 협치를 위한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라며 후보자 사퇴를 선언했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는 4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친지는 20일 만이다.

 윤석열 정부 장관 후보자 중에서는 지난 3일 자진 사퇴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두 번째 낙마 사례다.

 거대 야당과의 협치에 큰 걸림돌이 제거된 것이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부담을 덜고 협치를 통해 국정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로써 인사 문제로 다소 차질이 빚어졌던 국정 운영이 본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이날 이미 예견됐다. 윤 대통령은 정 후보자 거취에 대한 여당의 입장을 최종 수렴하겠다며 국민의힘에 신호를 보냈다. 이에 권성동 원내대표는 즉각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압박하며 여론 몰이에 나섰다. 윤 대통령과 여당이 정 후보자 자진 사퇴에 이심전심으로 통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 후보자 거취와 관련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 거취에 대한 당내 여론과 민심을 수렴한 후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의 지명 철회는 인사 검증 실패와 향후 인선에도 부담이 될 수 있어 정 후보자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의중을 읽은 국민의힘이 정 후보자 자진사퇴 압박에 나섰다. '아빠 찬스' 의혹에 휩싸인 정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데다 한덕수 총리 인준에 야당이 협조한 만큼 더는 정 후보자가 더 버텨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이 '지명 철회'를 택할 수 있는 퇴로를 마련해 준 셈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 중진 및 다수 의원 의견을 청취한 결과, 정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나,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는 것만 말씀드리겠다."라며 "거취 문제는 본인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라며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그는 이 같은 당내 입장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도 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기류를 파악한 정 후보자는 결국 자진사퇴를 결정했다. 정 후보자는 23일 밤 9시 30분께 복지부를 통해 '사퇴의 변'을 내고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제기되고 있고, 저도 그러한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사퇴 직전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했으나 윤 대통령은 정 후보자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호영 장애물이 제거됨에 따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으로서는 국정운영과 지방선거에 상당한 부담 요인을 제거하게 됐다.

 한덕수 총리가 23일 취임했고 복지부와 교육부를 제외하면 1기 내각은 모두 장관과 차관까지 채워졌다. 여전히 '완전체'는 되지 못했지만 원활한 국정운영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26일 세종정부청사에서 갖는 국무회의는 문재인 정부 임명 장관 없이 윤석열 정부 사람만으로 된 첫 회의가 된다. 사실상 첫 정식 국무회의다.

 윤 대통령은 24일 오후 박병석 국회의장, 정진석 김상희 국회 부의장 등 국회의장단을 초청해 만찬을 갖는다. 협치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정호영 변수가 제거됨으로써 윤 대통령은 부담을 덜고 국회 지도부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이제 윤 대통령은 정부 내각 1기를 본격 가동하면서 추경 등을 통한 민생 안정,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실천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까지 정상 외교에 집중했던 윤 대통령은 이번 주부터는 추경과 물가 안정, 북 도발 대응 등 국정 현안을 챙기는 행보에 주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 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 공정거래위원장 등에 대한 인선과 정호영, 김인철 후임 인선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동안 보건복지부 장관이 각종 논란으로 조기 사퇴한 사례는 있었지만, 청문회 도입 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신분에서 낙마한 사례는 정 후보자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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