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23일 문재인 정부가 운영해온 대국민 온라인 소통 창구인 청와대 '국민청원'을 폐지하고 '국민제안'을 새로 개설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오후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대국민 소통 창구"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를 통해 접속할 수 있는 국민제안은 크게 네 가지 창구로 구성됐다. (https://www.epeople.go.kr/nep/withpeople/index.npaid)

 한편 '국민제안'을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실명제와 비공개 원칙으로 이전보다 국민들의 요구가 양적·질적으로 정제돼 정부에 전달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그만큼 공론장의 기능도 약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전날 대국민 소통 창구로 '국민제안' 코너를 공개했다.

 국민제안은 ▲내용 비공개 ▲100% 실명제 ▲특정 단체 집단 이익 대변 댓글 제한 ▲민원 책임 처리제 등 4대 원칙으로 운영된다. 청원 내용을 공개하고 익명 제로 운영됐던 국민청원과 대비되는 점이다.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라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지난 정부가 운영했던 청와대 국민청원은 국민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 이슈로 변질됐다는 판단하에 폐지했다고 한다.

 답변의 전제 조건이었던 '20만 명 동의'도 사라졌다. 국민제안 각 창구에 접수된 의견은 법정 처리 기한에 맞춰 답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행정안전부와 권익위에서 판단하기에 '유효한 질문'이면 대부분 답변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제도의 부작용이 크다고 봤던 시민들은 이 같은 제도 변화를 반기고 있다. 내용 비공개와 실명제 등으로 제안의 기준선이 높아져 무분별한 의견 표출이 어려워질 것이란 예측에서다.

 직장인 조 모(32) 씨는 "온라인엔 여론몰이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 주장의 진위 여부가 자주 의심된다."라며 "실명제로 운영되면 거짓 주장이나 특정 집단에 대해 단순히 혐오감을 표출하는 글이 올라오는 게 줄어들 것 같다."라고 기대했다.

 김 모(36) 씨도 "글을 공개하지 않는 게 정부가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신중하게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라며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유용한 창구가 될 수 있다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임 모(27) 씨는 "백신 이상반응 의심 사연도 청원 게시판에서 공론화가 되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나"라며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자극이 없는 상황에선 정부의 선의에 기대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싶다. 다른 공론장이라도 따로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강 모(27) 씨는 "정부의 답변 기준이 모호해 보인다. 제안이 많이 올라올 텐데 대부분 답변해 준다는 게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 같다."라며 "어차피 글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눈 가리고 아웅'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 씨는 "글 쓴 사람에게 희망 고문이 되지 않도록 답변 기준을 구체화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제안 운영에 있어) 입법부나 사법부의 사안은 정부에 얘기해도 소용없고 대통령은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인식을 확고하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힘없는 국민들이 억울함을 토로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기능은 약화됐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게시판의 비공개 운영으로는 의제화가 어렵고, 그로 인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끌어내기엔 한계가 있지 않겠냐는 우려다.

 매달 국민제안 소통 이벤트도 진행한다.

 우선 이달에는 소상공인, 스타트업, 중소기업, 대기업 등의 민원과 고충, 정책 제안을 집중적으로 들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날 오후 2시부터 대통령실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국민제안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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