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 '이륙'을 준비 중인 항공업계가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에 다시 발목이 잡힐 위기에 놓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대비 국제선 운항이 90%가량 줄어들었다가 최근 방역 정책 완화로 운항 횟수가 점차 확대되면서 다소 숨통을 틔운 항공사들은 겨우 되찾은 회복세에 '제동'이 걸릴까 우려하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고유가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해외여행 증가세가 주춤할 우려가 있자 항공업계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27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177.08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월 대비 128.9% 늘어난 수준이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20.8%가 올랐다.

 7월 대한항공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이번 달 19단계보다 3단계 오른 22단계가 적용된다. 이는 2016년 유류할증료 거리 비례 구간제가 적용된 이후 가장 높은 단계단. 거리별로 4만 2900~33만 9300원이 부과된다. 지난달(3만 7700~29만 3800원)보다 많게는 4만 5500원이 올랐다. 항공사들의 고정비용 중 유류비가 20~30%를 차지하기 때문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금리 인상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은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한국은행 역시 다음 달 사상 처음으로 0.5% 포인트 이상의 인상을 단행한다는 의미의 ‘빅 스텝’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항공사들은 대부분 항공기를 구매할 때 금융권의 리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자에 따른 부담은 크다. 대한항공의 경우 평균 금리가 1% 포인트 오를 때 연간 약 450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328억 원의 이자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설상가상 환율도 치솟고 있어서 부담이다. 최근 환율은 약 13년 만에 달러당 1300원을 돌파했다.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달러당 1301.8원에 마감해 2009년 7월 13일(1315.0원)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종가 기준 1300원을 넘었다. 항공사는 항공기 리스비용과 유류비 등 주요 거래를 달러 등 외환으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외화 평가 손익 측면에서 대한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약 410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284억 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원화 약세로 해외여행에 대한 부담이 커진 점도 항공 수요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 참석해 "고금리와 물가 상승은 소비자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미국 달러 강세 현상도 부채 상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라고 호소한 바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국제선 운항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3 고' 현상이 또 다른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전으로 회복되기에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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