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가 2022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에서 승점을 하나도 못 챙기고 전패로 예선 라운드를 마쳤다.

 2018년 출범한 VNL 예선 라운드에서 1승은 물론 승점 1도 따내지 못한 참가국은 한국이 처음이다.

 힘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많았지만, 한 경기도 못 잡고 물러날 것이라는 것은 분명 계산에 없던 일이다.

 한국은 3일(한국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대회 예선 마지막 12차전에서 중국에 세트스코어 1-3(13-25 25-19 19-25 24-26)으로 졌다.

 최종 결과는 12 전 전패. 승점은 '0'다. FIVB는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한 팀에 승점 1을 부여하는데, 한국은 이마저도 충족하지 못했다. 36세트를 헌납하는 동안 가져온 세트수는 '3'에 불과하다.

 VNL은 그랑프리를 대신해 2018년 첫 선을 보인 대회다.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이 절정에 달했던 2020년을 제외한 4차례 대회에서 전패와 '승점 0'팀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앞선 대회에서 매해 3승 이상씩 챙겼다. 2018년에는 5승 10패로 16개 팀 중 12위를 차지했고, 2019년(3승 12패)에는 벨기에, 일본, 폴란드를 꺾었다. 지난해에도 3승 12패로 최하위를 면했다.

 올해는 출발부터 먹구름이 가득했다. 한국은 2020 도쿄올림픽 이후 10년 넘게 대표팀을 지탱했던 김연경(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김수지(IBK 기업은행)를 떠나보내야 했다.

 이들에게 크게 의존했던 한국 배구는 현실로 닥친 이별에 대체 자원을 찾아야 했다. 자연스레 대표팀은 근래 보기 어려웠던 어린 선수들 위주로 꾸려졌다. 1주 차 엔트리에 포함된 16명 중 이선우(KGC 인삼 공사), 박혜진(흥국생명), 최정민(IBK 기업은행)은 이제 갓 스물이 됐다. 프로에서 경험을 많이 쌓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들은 사실상 처음 나서는 큰 국제무대에서 기량을 모두 쏟아냈지만 언니들과의 기량 차를 좁히기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전력 약화를 조금이라도 감출 수 있는 조직력 정비의 시간은 턱없이 짧았다.

 스테파노 라바리니(이탈리아) 감독에 이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스페인) 감독은 겸임 중인 터키 바키프방크 코치직을 수행하느라 출국 이틀 전인 5월 25일에야 진천선수촌에 합류했다.

 세자르 감독이 지난 3년간 코치로 라바리니 감독을 보좌하면서 선수 파악을 어느 정도 끝마쳤다고는 해도 수장으로 팀을 지휘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실시간 코칭이 중요한 배구에서 화상으로 인한 훈련 지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세계 예선에서 탈락하더라도 대륙별 예선전에 힘을 쏟으면 올림픽행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이 단계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세자르 감독도 이를 의식해 "랭킹 시스템이 달라졌으니 VNL에서 최대한 포인트를 얻는 것이 목표"라고 했지만 최악의 결과를 낳고 말았다.

 랭킹 포인트를 잃어 속은 쓰리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만회할 기회는 아직 있다. 세자르 호의 항해는 이제 첫 발을 뗀 단계다.

 9월 세계선수권대회(네덜란드·폴란드 공동 개최)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반등을 이뤄내야 한다. 한국은 도미니카공화국, 터키, 폴란드, 태국, 크로아티아와 차례로 격돌한다. 만일 여기서도 승수를 쌓지 못해 순위가 더욱 밀리면 올림픽 예선전 출전 자격조차 박탈 당할 수 있다.

 이번 대회 참패로 한국의 세계 랭킹은 14위에서 19위까지 떨어졌다. 20위 카메룬과의 랭킹 포인트(한국 162·카메룬 161) 차이는 '1'로 줄었다.

 과거에 비해 세계 랭킹 관리는 훨씬 중요하다. 당장 2년 앞으로 다가온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정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FIVB는 세계 예선 후 탈락팀들 간 대륙별 예선을 통해 1위 팀에 티켓을 주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세계 예선이 끝나면 별도의 대회를 치르지 않고 세계 랭킹(2024년 6월 25일 기준)으로 출전권을 차등 배분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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