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운전자는 교차로에서 우회전한 뒤 마주하는 횡단보도 앞에서 '무조건' 일시정지해야 한다.

 경찰청은 6일 보행자 보호 의무가 강화된 개정 도로교통법이 오는 12일부터 시행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개정 도로교통법은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를 보행자가 '통행하는 때' 뿐 아니라 '통행하려고 하는 때'까지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 통행 여부와 관계없이 일시정지해야 한다. 위반할 경우에는 운전자에게 범칙금 6만 원(승용차 기준) 및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실제 횡단보도에 사람이 진입하기 이전이라도, 손을 들어 차량을 멈춰세우는 등 건너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 등에도 일시정지 의무가 생기는 셈이다.

 최근 3년간(2019년~2021년) 교통사고 통계를 살펴보면, 보행 사망자 4명 중 1명인 22.3%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망한 경우인 것으로도 집계됐다. 또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가 2916명인데, 이 가운데 보행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이 34.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 중 하나는 보행자 사망사고다.

 이 보행자 사망사고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9.3%보다 1.5배가량 높은 수치다. 유럽 등에선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접근 또는 기다리고 있으면 운전자가 일시 정지하는 등 보행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는 데 반해, 국내에선 보행 안전이 여전히 취약한 실정임을 보여준다.

 새 법은 또 과태료가 부과되는 교통법규 위반 항목을 26개로 확대했다. 현재는 과속과 신호위반 등 13개 교통법규 위반에 대해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 등 영상기록 매체에 의해 위반 사실이 입증되면 과태료를 부과했다. 나머지는 시민의 공익신고가 있어도 법적 근거가 없다면 처리가 어려웠으나, 개정 법에는 유턴과 횡단·후진 금지 위반 등 항목이 추가됐다.

 경찰은 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이런 내용을 아는 시민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 1달가량 계도 기간을 거쳐 범칙금이나 벌점을 매길 방침이다. 이 기간 영상, 현수막, 카드 뉴스 등을 통한 홍보 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관계 기관과는 ▲보행자 우선 도로 지정·관리 ▲아파트 단지 내 등 도로가 아닌 곳에서도 운전자에게 보행자 보호 의무 부여 ▲회전교차로 통행방법 규정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유럽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는 이미 보행자가 횡단을 위해 횡단보도에 접근 또는 기다리고 있으면 운전자가 일시 정지하는 등 보행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번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을 통해 보행자가 차보다 우선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코리아이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