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윤석열 정부가 대북 선제타격 등 위험한 시도에 나설 경우 ‘전멸’할 것이라고 강하게 위협하며 남한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입장을 밝혔다.

 또 미국을 향해서도 대북 적대행위가 계속된다며 미국과 어떠한 군사적 충돌에도 철저히 준비돼 있다고 경고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 위원장이 전날 리설주 여사와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앞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면서 전문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실명을 직함을 빼고 언급하며 강도 높은 비난 공세를 폈다. 이에 따라 남북은 물론 북미 관계에서 강 대 강 대치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27일 평양에서 열린 전승 69돌 기념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우리는 윤석열이 집권 전과 집권 후 여러 계기들에 내뱉은 망언들과 추태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더 이상 윤석열과 그 군사 깡패들이 부리는 추태와 객기를 가만히 앉아서 봐줄 수만은 없다."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연설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직책도 생략한 채 직접 경고를 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불신과 반감 정도와 향후 대남 대적 투쟁의 향방을 가늠케 하고 있다."라며 "한미가 대북 강경 접근 외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상당 기간 한반도 정세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와의 강 대 강 대결 구도를 구축해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이면서 내부 결속을 꾀하는 연설로 보인다."라고 짚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은 "우리 새 정부 출범에도 침묵을 지키다가 공식 매체를 통해서가 아닌 직접 연설을 통해 강력히 비난함으로써 대남 경고 메시지의 무게감을 부여한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양 부총장은 "강제 북송, 서해 공무원 피살 등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으나 가장 위험한 도마 위에 올라선 대통령, 가장 큰 위험 앞에 노출된 정권이라는 손가락질 등을 언급하면서 최근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대한 간접적, 우회적 언급을 시도하고 있다."라며 "우리를 걸고들지 말고 아예 우리와 상대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언급하면서 신북풍 기도를 차단하려 했다."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남북 간 대치가 첨예해질 것으로 봤다. 다음달 한미 연합 연습을 계기로 북한이 도발을 재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양 부총장은 "북한이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은 만큼 향후 남북 관계나 북미 관계의 대화 가능성은 희박하다."라며 "당분간 냉각기가 지속되다가 북한이 8월 한미 연합 훈련을 빌미로 미사일 발사를 지속하거나 미뤄뒀던 7차 핵 실험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남북 간 대결적 여론전이 지속될 가능성도 크다."라고 예상했다.

 임을출 교수는 "핵 실험을 포함한 다양한 위기 조성 수단이 있을 것이지만 북한의 내부 경제 사정, 중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치밀하고 냉정한 접근 방식을 보여줄 것"이라며 "8월의 대규모 한미 군사 훈련 시기가 최고조의 안보 위기가 조성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 정권에서 한미 연합 훈련을 사실상 무력화시켰으나 정권 교체 이후 다시 훈련이 시작될 상황이 되자 북한이 최대한 압박을 가하려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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