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분리매각을 두고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산은)과 회사 노조가 팽팽한 신경전에 돌입했다. 산은이 최근 사흘 만에 분리매각에 대한 공식입장을 바꾼 터라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인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지난 1일 '국민 여러분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대우조선 매각은 주요 이해 당사자인 노조와 협의해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지회는 "산업은행장의 국회 정무위 답변에서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대해 여러 가지 매각방안 중에 하나로서 분리매각도 검토하고 있다.”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마치 분리매각이 최선의 대안인 것처럼 언론에서 공론화되고 있어 우려스럽다.”라며 "대우조선은 근본적으로 특수선과 상선을 쪼개어 팔 수 없는 내부구조로 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회도 대우조선 매각을 반대하지 않는다.”라며 "매각은 대우조선 전체 구성원들의 고용과 생존이 걸려있는 문제로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산업은행이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또 다시 실패할 것은 자명하다. 지금이라도 노동조합과 협의해서 추진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노조의 이 같은 방침은 최근 강석훈 산업은행장이 '분리매각도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에 반발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강석훈 회장은 지난 달 28일 오전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경쟁력 제고 방안이 담긴 컨설팅 보고서가 1~2개월 뒤에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우조선 매각에 대해서는 분리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다.”라며 "본질적으로 대우조선 자체의 경쟁력이 약화된 부분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우조선 매각은 기업 관점뿐 아니라, 전체 조선산업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다.”라며 "조선업 전체의 경쟁력 제고와 구조조정이라는 큰 틀 안에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25일만 해도 공식입장을 통해 분리매각을 고려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흘 뒤 강석훈 산업은행장이 기존 입장을 뒤바꾼 것은 시가총액 2조원에 달하는 기업을 통째로 매각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업계는 대우조선을 분리매각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관측하고 있다. 조선소 내 야드 구조상 분리가 어렵고, 특수선과 상선이 서로 보완해서 운영하는 구조라 공정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6년에도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을 '굿컴퍼니'(우량자산)와 '배드컴퍼니'(부실자산)로 나누는 시나리오에 따라 민수와 방산 부문을 분할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이행하지 못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대우조선해양 사측은 지난달 25일만 해도 "분리매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고 공식입장을 표명했지만 사흘 만에 강석훈 산업은행장이 입장을 뒤집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 경쟁력 제고 방안이 담긴 컨설팅 보고서가 1~2개월 뒤 나올 예정인데, 이 보고서를 보면 어떤 방식으로 매각될 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통매각이 쉽지 않은 만큼 산은도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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