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 직후 3일 밤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특히 펠로시 의장은 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과 회동 일정이 잡히지 않았지만 자칫 미 권력서열 3위의 정계 거물을 홀대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는 만큼 두 사람 간 깜짝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동과 오찬을 갖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배석한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오후 판문점을 찾는다. 지난해 1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 최고위급 인사가 판문점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30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과 회동한 뒤 미 행정부 또는 의회 고위 인사가 판문점을 방문한 적은 없다.

 펠로시 의장이 북한 7차 핵 실험 등에 대한 우려를 표할지 주목된다. 2019년 11월 탈북어민 북송이 이뤄졌던 판문점에서 관련 발언을 할지도 관심사다.

 판문점 방문을 마친 펠로시 의장은 오산 기지를 찾아 폴 라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을 면담하고 주한미군을 격려한 뒤 일본으로 출국한다.

 한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일 “펠로시 의장의 방한 일정이 윤 대통령 휴가와 겹쳐 두 분이 만나는 일정은 잡지 않았다.”라고 했다. 정부는 펠로시 의장이 의회를 대표하는 인사인 만큼 카운터파트인 김 의장과 만나는 게 맞는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됨에도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깜짝 만남이 거론되는 이유는 한미 동맹이란 상징성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펠로시 의장의 무게감을 고려할 때 휴가를 이유로 대면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면 향후 윤 대통령이 미 측 고위 인사를 만날 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가운데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만남 가능성을 놓고 대통령실은 이날 혼선을 빚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오전 브리핑에선 만남에 선을 그었지만, 오후 들어 깜짝 만남 가능성이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자 “다시 만남을 조율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변인실은 이후 언론 공지를 통해 “오전 브리핑 내용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라고 정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회동을 위한) 조율 과정도 없었다.”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코리아이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