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2%를 기록하며 고물가 흐름을 이어갔다. 상승 폭 또한 3개월 만에 확대됐다.

 전기요금이 큰 폭으로 오른 데다가 한파 등의 영향으로 농축수산물 가격마저 뛰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렸다. 다만 유류세 인하 폭 축소에도 국제 유가 상승세는 전월보다 하락하고 치솟던 서비스 물가 오름 폭도 다소 둔화한 모습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2% 오르며, 9개월째 5%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상승률(2022년 12월·5.0%)보다 0.2%포인트(p) 확대된 것이다. 물가 상승 폭이 전월보다 확대된 것은 작년 9월 5.6%에서 10월 5.7%로 오른 이후 3개월만이다.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5월(5.4%) 5%대로 올라서더니 같은 해 6월(6.0%)과 7월(6.3%)에는 6%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8월(5.7%), 9월(5.6%), 10월(5.7%), 11월(5.0%), 12월(5.0%)에 이어 지난달까지 5%대를 웃돌았다.

 품목별로 보면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6.7%, 3.8%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 물가는 한파 등의 영향으로 1.1% 올랐다.

 농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0.2% 내려갔지만, 전월과 비교하면 6.2% 껑충 뛰었다. 채소류 물가가 전년보다 5.5%, 전월보다 14.2% 오르면서다. 등락 품목을 보면 쌀(-9.3%), 딸기(-17.2%), 토마토(-22.6%), 배추(-26.7%), 배(-17.1%), 사과(-4.2%) 등은 가격이 떨어졌지만, 양파(33.0%), 귤(14.3%), 오이(25.8%), 파(22.8%) 등에서 올랐다.

 축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0.6% 상승했다. 닭고기(18.5%), 돼지고기(1.9%) 등은 올랐지만 국산 쇠고기(-2.8%), 수입 쇠고기(-3.0%)의 가격이 내려갔다. 고등어(12.8%), 오징어(15.6%) 등이 오르면서 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7.8%를 기록했다. 어획량이 감소하고 수입 어류가 환율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다.

 공업제품은 6.0% 상승했다. 이 중 빵(14.8%), 스낵 과자(14.0%) 등 가공식품 물가가 10.3% 올랐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37%에서 25%로 축소했지만, 석유류 가격은 5.0% 오르는 데 그쳤다. 전월과 비교하면 2.8% 하락한 수준이다. 경유(15.6%), 등유(37.7%) 등은 올랐지만 휘발유(-4.3%), 자동차용 LPG(-2.4%) 가격은 내려갔다.

 전기·가스·수도 요금 가격은 1년 전보다 28.3% 급등하며 전체 물가를 0.17%포인트(p) 끌어올렸다. 특히 전기요금이 29.5%나 올랐다. 여기에 도시가스(36.2%), 지역난방비(34.0%) 등도 1년 전보다 모두 오르면서 2010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상승률을 보였다.

 서비스 물가 중 공공서비스 물가는 전월보다 0.8% 올랐다. 유치원납입금(-19.1%), 사립대학교납입금(-0.8%) 등은 하락했으나 외래진료비(1.8%), 입원 치료비(1.7%) 등이 올랐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전년보다 5.9% 상승했다. 이 중 생선회(8.2%) 등 외식 물가는 7.7% 올랐다. 외식 외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4.5%를 기록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외식 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둔화했다"며 "국내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집세는 전세(1.8%)와 월세(0.7%)가 오르면서 1.3% 상승했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6.1% 상승했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4% 올랐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5.0% 상승했다. 2009년 2월(5.2%) 이후 13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근원물가 상승 폭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보다 4.1% 올랐다.

 김 심의관은 "전기·수도·가스의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에 크게 작용하고 있는데 가스요금도 올해 인상이 예정돼 있어서 당분간 (물가가)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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