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만원 이상 고가 법인 차, ‘연두색 전용 번호판’ 부착

2023-11-02     이영두 기자

 수억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슈퍼카의 국내 판매가 크게 느는 배경에 '법인차의 사적 이용'이 꼽히고 있다. 상당수가 세제혜택을 받는 법인차로 등록돼 오너 일가의 사치생활에 유용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부가 이를 제재하고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오는 3일~23일)하고,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업무용 승용 자동차에 대해 일반 등록번호판과 구별이 되도록 새로운 등록번호판을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번호판은 한 눈에 식별 가능한 연두색으로 정했다. 적용 시점은 제도가 시행되는 내년 1월1일 이후 신규 또는 변경 등록하는 승용차부터 적용한다.

 적용대상은 차량가액 8000만원 이상이다. 고가의 전기차 등을 감안해 배기량이 아닌 가격 기준을 활용했다. 8000만원이 자동차관리법상 대형차(2000㏄) 이상의 평균적인 가격대로, 모든 차량이 가입하는 자동차보험의 고가차량 할증 기준에 해당해 범용성, 보편성이 있는 기준임을 고려해 결정했다.

 법인 업무용승용차 전용번호판은 고가의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구입해 사적으로 이용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대선공약 및 국정과제로 추진됐다. 이번 전용번호판 도입은 법인들이 스스로 업무용 승용차를 용도에 맞게 운영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국토부는 그간 연구용역, 대국민 공청회, 전문가·업계 의견수렴 등을 진행해 왔다. 논의 과정에서 사적사용 및 탈세문제가 제기되는 민간 법인소유, 리스차량 뿐 아니라 장기렌트(1년 이상), 관용차도 동일하게 사적사용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있어 포함하기로 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람보르기니·벤틀리·롤스로이스 등 국내에서 팔린 럭셔리카의 80% 이상이 법인 소유로 알려졌다. 법인 명의로 차를 구입하면 운행 과정에서 세금이나 보험금 등 각종 혜택을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편법 탈세 행위를 막기 위해 법인 차량의 번호판 색을 달리하겠다는 것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현재 국내 차량 번호판 색상은 흰색(일반용), 노란색(영업용), 파란색(전기차), 군청색(외교용)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