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따라 삼만리”…강진 남미륵사의 외로운 아름다움
전라남도 강진군의 남미륵사는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감탄이 나오는 꽃길의 향연으로, ‘꽃길 따라 삼만리’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곳이다.
봄이면 형형색색의 꽃들이 사찰 주변을 수놓아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장관을 이룬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 뒤에는 한 스님의 수년간 피땀 어린 노력이 숨어 있다. 남미륵사는 오로지 한 스님이 혼자 힘으로 기르고 가꾼 공간이다. 사시사철, 꽃을 심고 돌보며 방문객들을 위한 길을 내며 자연과의 조화를 이뤄온 그 노력은 감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그러나 남미륵사의 고요함을 지키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스님 혼자 감당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고, 해마다 증가하는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행동이 적지 않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해 꽃밭을 무단으로 밟거나, 시설을 훼손하는 일도 빈번하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강진군의 행정적 지원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스님에 따르면, “국보나 보물이 없으면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군 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문화재로 지정된 유물이 없어 행정적 보호나 예산 지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방문객이 찾는 이 아름다운 공간이 지닌 문화적·자연적 가치는 단순한 문화재 유무로 판단되기 어렵다.
남미륵사는 단순한 사찰이 아니다. 한 개인의 헌신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깃든 공간이며, 지역 관광의 소중한 자산이다. 지금이라도 지역사회와 행정당국이 협력하여 이 공간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고, 최소한의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방문객들 스스로도 이곳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꽃길은 그냥 피지 않는다. 누군가의 손길이 있어야만 그 길이 이어진다. 강진 남미륵사의 꽃길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우리가 어떻게 아름다움을 지켜야 하는지를 되묻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