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언어, 찰나의 시학 — 이소정 시인 디카시집 『시간 위에 피는 빛』
경남 창원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이소정 시인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활동준비금 지원사업을 통해 디카시집 『시간 위에 피는 빛』을 출간했다. 이 책은 창연디카시선 28번째 시리즈로, 창연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되었다. 제1부 「멈춤 위의 길」을 비롯해 2부 「회색 숲」, 3부 「침묵의 육지」, 4부 「그림자 하나, 벽을 기어오른다」까지, 총 54편의 디카시가 수록되어 있다. 또한 문학평론가 임창연의 해설 「빛의 언어, 찰나의 시학」이 함께 실려, 작품의 미학적 깊이를 더한다.
임창연 평론가는 해설에서 “이소정 시인의 디카시는 ‘닫힌 문’이 아니라 ‘열려 있는 창’과 같다. 독자는 그 창을 통해 자신의 기억과 감정, 시간을 비춰볼 수 있다.”고 평했다. 그는 또한 “감정에 기대지 않고 덜어낸 언어로 순간의 본질을 길어올릴 때, 시의 문장은 오히려 더 단단해진다”며, 시인이 보여주는 ‘문장 사이의 여백’의 미학을 강조했다.
이소정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눈에 보이는 장면을 넘어, 보이지 않는 시간을 불러낸다. 나는 사진 속에서 사라지는 것들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사물의 외면 너머 내면을 읽어내는 시적 통찰이자, 사라지는 찰나의 생명에 귀 기울이는 시인의 태도를 드러낸다. 그녀의 디카시는 사진과 언어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라짐과 존재의 관계를 섬세하게 탐구한다.
임 평론가는 “이소정 시인은 뷰파인더를 통해 사물의 앞면이 아니라 그 ‘존재의 이유’를 응시한다”며, “하나의 전깃줄에서 고요한 슬픔의 진동을 읽어내고, 폐차 속에서 노동의 사랑을 건져 올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녀에게 사진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며, 시는 ‘쓰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듣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시간 위에 피는 빛』은 찰나의 감각과 존재의 성찰을 함께 품은 디카시의 미학을 보여준다. 시인은 사진과 언어 사이에 남겨진 여백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사유의 창을 열게 한다.
한편, 이소정 시인은 경남 창녕 출생으로, 2015년 《한비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깎다』(2023), 디카시집 『시간 위에 피는 빛』(2025)을 펴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민들레문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또한 경남시인협회 사무국장, 경남문인협회 이사, 마산문인협회 부회장, 마산예술인총연합회 감사, 창연출판사 기획실장으로 문학과 예술의 현장에서 폭넓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