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AI 시대 여는 첫 예산 AI 고속도로 구축하겠다"

2025-11-04     박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내년도 예산안은) AI 시대, 미래 성장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전략적 투자"라며 "정부가 마련한 2026년 예산안은 AI(인공지능)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라며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은 제가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한 지 정확히 5개월째 되는 날"이라며 "불법 계엄의 여파로 심화된 민생경제 한파 극복을 위해 지난 5개월 동안 비상한 각오로 임했고, 다행히 지금 우리 경제는 위급 상황을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올해 1분기 마이너스로 후퇴했던 경제성장률이 3분기에는 1.2%로 반등하며 6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주가지수도 4000을 돌파했다. 국민 여러분의 협력으로 주가를 옥죄던 지정학적·지배구조·시장 투명성 리스크가 일부 개선되고 AI 등 산업경제 정책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간 덕분"이라고 했다.

다만 "여기에서 안주하거나 만족하기엔 우리가 처한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다"며 "우리는 지금 겪어보지도 못한 국제 무역 통상 질서 재편과 AI 대전환의 파도 앞에서 국가 생존을 모색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화를 읽지 못하고 남의 뒤만 따라가면 끝없이 도태되지만, 변화를 선도하며 한 발짝 앞서가면 무한한 기회를 누릴 수 있다"며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산업 사회에서 정보 사회로 전환해 왔던 것처럼 AI 사회로의 전환은 필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I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며 "안타깝게도 지난 정부는 천금 같은 시간을 허비한 것도 모자라 R&D(연구개발) 예산까지 대폭 삭감하며 과거로 퇴행했다. 출발이 늦은 만큼 지금부터라도 부단히 속도를 높여 선발주자들을 따라잡아야 우리에게도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 예산안과 관련 "모두 국민이 낸 세금이고 그 세금에 국민 한 분 한 분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만큼, 단 한 푼의 예산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며 "미래 대비를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은 과감하게 편성하되, 불필요하거나 시급하지 않은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저성과·저효율 지출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인 27조 원의 지출을 삭감했고, 모든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께서 제대로 감시하고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며 "정부는 2026년 총지출을 올해 대비 8.1% 증가한 728조 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내년도 AI 관련 예산을 총 10조1000억원 편성했다고 밝혔다. 올해 예산 3조3000억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 가운데 2조6000억원은 산업·생활·공공 전 분야 AI 도입에 투입하고,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7조5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로봇, 자동차, 조선, 가전·반도체, 팩토리 등 주요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AI 대전환을 신속하게 이루기 위해 향후 5년간 약 6조원을 투입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인재 양성과 핵심 인프라 구축에도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며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급인재 1만1000명을 양성하고, 세대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국민 누구나 AI를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AI 시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고성능 GPU 1만 5천 장을 추가 구매해 정부 목표인 3만5000장을 조기에 확보하겠다"며 "엔비디아에서 GPU 26만 장을 한국에 공급하기로 한 만큼, 국내 민간기업이 GPU를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AI·콘텐츠·방위산업 등 첨단 전략산업 분야의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R&D 투자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 3천억 원으로 19.3% 확대 편성했다"며 "향후 5년간 150조 원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미래 성장의 씨앗인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도모하고, 성장의 혜택을 국민께서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내년은 'AI 시대'를 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백 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다가오는 미래가 절망과 불안이 넘치는 세상이 아니라 희망과 기회로 충만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저는 우리 국민의 저력을 믿는다. 그래서 자신 있다"며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고, 금 모으기 운동으로 IMF 외환위기를 극복해 낸 우리 국민이 힘을 모은다면 못해낼 일이 없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업화와 정보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처럼 위대한 국민과 함께 ‘AI 시대’의 문을 활짝 열겠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정부는 열린 자세로 국회의 제안을 경청하고, 좋은 대안은 언제든 수용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비록 여야 간 입장의 차이는 존재하고, 이렇게 안타까운 현실도 드러나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진심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며 "이번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에 통과돼 대한민국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초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 2026년 예산안이 치밀한 심사를 거쳐 신속히 확정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