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유산청장 기자회견 "종묘 세계유산 지위 지켜나갈 것"

2025-11-17     황득순 기자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17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향후 유네스코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범정부적인 대처 노력을 알리고 상황을 공유하면서 종묘의 세계유산 지위를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가 세계유산영향평가라는 절차를 통해 종묘의 유산적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주민 분들의 불편을 조속히 해소해드릴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을 우리 국가유산청과 도모해주시기를 강력하게 희망한다"고 말했다.

허 청장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지난 15일 밤 유네스코로부터 세운4구역 고층건물에 의해 종묘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 해당 메시지는 유산 보유국가에 논란에 대한 공식 조치를 요구하는 외교문서다. 문서에는 종묘의 훼손가능성과 함께 한달 내 의견을 회신해달라는 내용도 담겼다.

허 청장은 이날 회견에서 세계유산영향평가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도 종묘 앞 재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허 청장은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전 세계의 세계유산협약 당사국들이 유네스코 지침에 따라 준수·이행하는 국제 수준의 보존관리 제도로서, 세계유산 가치가 보호되는 선에서 공존 가능한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러므로 오늘 이 자리를 빌려 국가유산청이 서울시의 세운4구역 재개발을 반대하는 입장이 아님을 밝힌다"고 했다.

서울시는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세운4구역 건축물이 종묘와 180m 이상 떨어져 있어 그늘이 지거나 시야를 가리는 문제가 없다며 개발 정당성을 부각해왔다.

허 청장은 이와 관련해 "서울시가 주장했던 '그늘'은 청에서 말하있는 '종묘의 경관 훼손'과는 다른 개념으로 이는 본래의 논점을 흐리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의 개발계획이 종묘 가치에 훼손을 줄지, 종묘를 돋보이게 할지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주장할 것이 아니라 유네스코가 권고하는대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거치면서 입증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유산청은 향후 대응 방향으로 ▲종묘 보존을 위한 국내 법·제도 기반 강화 ▲유네스코와의 소통 강화 ▲서울시와의 협의 등을 제시했다.

허 청장은 "보다 명확하고 안정적인 제도 운영이 가능토록 세계유산 종묘에 대한 국내법적 기반을 강화하겠다"며 "세계유산법에 따른 '종묘 세계유산지구' 지정을 완료한 후 하위 법령 개정도 적극적으로 관련 부처와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청장은 조속한 시일 내에 서울시, 문체부, 국가유산청 등 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조정 회의 구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