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는 충남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이하 20비)에서 숨진 여군 부사관 강 모(21) 하사가 남긴 유서에 부대 내 괴롭힘 정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또 강 하사가 사용했던 관사가 지난해 상관으로부터 성추행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곳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돼 공포감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군인권센터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9일 숨진) 강 하사는 공군 부사관을 양성하는 항공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21년에 임관한 초임 하사"라며 "입대 전 심리검사 등에서도 우울감, 무력감, 자살 충동 등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라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유서에는 관사(아파트)에서 살게 된 것을 후회하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매우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유가족이 우연히 인지하게 된 바에 의하면 강 하사가 살던 관사는 지난해 5월 故 이예람 중사가 사망했던 관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관사와 옆 집(옆 호수 관사)은 사건 이후 모두 이사를 나갔고 강 하사가 입주하기 전까지 반년 넘게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 공실로 유지되고 있었다."라며 "강 하사는 2022년 4월에 이르러서야 집으로 온 우편물을 통해 해당 관사가 이 중사가 사망한 장소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고 이후 주변 동료에게 공포감,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호소했다고 한다."라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20전투비행단에 근무하던 간부들은 해당 관사가 이 중사가 사망한 장소라는 것을 알고 6개월 가까이 입주하지 않았다."라며 "관사 배정을 관리하는 복지대대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대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초임 하사에게 일언반구 없이 아무도 살려 하지 않는 관사를 배정한 것이다. 실로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군인권센터는 그러면서 "복지대대의 관사 배정과정은 물론 소속 부대가 초임 하사로서 특별히 신상 관리의 대상이 되는 강 하사가 해당 관사에 거주하게 된 사정과 이후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었던 사정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인지하고 있었다면 어떠한 조치를 취했는지도 면밀히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 군인권센터는 이날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로 추정되는 다이어리에 기재된 내용과 여타 정황을 볼 때 강 하사 사망에 부대 내 요인이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유서 일부에는 "난 아무 잘못도 없는데 나한테 다 뒤집어씌운다.", "내가 운전한 것도 아니고 상사님도 있었는데 나한테 왜 그러냐", "○○사 ○○담당 중사, 만만해 보이는 하사 하나 붙잡아서 분풀이하는 중사, 꼭 나중에 그대로 돌려받아라" 등 강 하사가 부대 내에서 부당한 일을 겪은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내 직장이 여기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할 수 있었을까", "나는 입대만 안 했어도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진짜 후회된다.", "관사로 나온 게 후회된다. 다시 집 들어가고 싶다." 등 군 생활에 회의를 느끼는 듯한 글도 발견됐다.

 군인권센터는 유서 내용을 미뤄봤을 때 "아무런 잘못이 없는 강 하사를 이유 없이 비난한 사람이 있으며, 망인에게 부당한 처사를 했다는 점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강 하사는 지난 19일 오전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영내 독신자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강 하사는 항공정비전대 부품정비대대 통신전자중대 소속으로 작년 3월 임관해 현 보직을 받아 근무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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