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당시 헬기 조종사 4명 등 5명 증인 채택

  전두환씨가 고 조비오 신부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항소심 재판을 받으러 9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2021.08.09.
  전두환씨가 고 조비오 신부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항소심 재판을 받으러 9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2021.08.09.

  회고록으로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두환(90)씨가 광주 법정에 4번째로 섰다. 전씨는 호흡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재판장의 허가에 따라 잠시 퇴정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5·18 당시 헬기 조종사 4명과 회고록 집필에 관여한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 등 5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광주지법 제1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재근 부장판사)는 9일 오후 1시57분 201호 법정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씨에 대한 항소심 3번째 공판을 열었다.

전씨는 재판 시작 직후 부축을 받으며 구속피고인 전용 통로를 통해 법정에 들어섰다. 전씨가 재판에 출석한 것은 지난 5월10일 항소심이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재판장은 전씨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한 뒤 인정신문(피고인 본인 확인)을 했다. 전씨는 잘 들리지 않는 듯 헤드셋을 썼다. 사실상 곁에 있던 부인 이순자씨가 전씨의 귀에 대고 재판장의 질문을 알렸다. 전씨는 자신의 생년월일, 주소, 등록기준지 등을 밝혔다.

이후 증거 조사와 증인 채택 범위를 논의했다. 앞선 공판에서 전씨 측은 5·18 당시 지휘관과 헬기 조종사 9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5·18 헬기 사격 탄흔이 남은 광주 동구 전일빌딩 재검증과 함께 헬기 사격 관련 자료도 증거로 다룰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검사는 1심에서 헬기 조종사들에 대한 충분한 심리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검사는 "1심이 1980년 5월 21·27일 계엄군이 500MD·UH-1H 헬기에서 총을 쏜 사실을 인정한만큼 전씨가 회고록으로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국가기관 조사에 이어 1심에서 5·18 헬기 사격이 실재했다고 재입증된만큼, 이를 다시 법정에서 다툴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1980년 5월21일 광주에 출동한 506항공대 헬기 조종사 4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항공대 작전(군 문서)에 '헬기 사격 지시' 내용이 담긴 점, 이들이 1심에서 진술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재판부는 회고록 원고 작성, 출간·편집을 주도한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어떤 취지로 집필했는지 설명할 기회를 달라는 전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전일빌딩 현장검증은 41년 전과 동일한 조건을 재현할 수 없고, 군부대에서 헬기를 동원하는 것도 법원 밖 권한이라며 기각했다.

전씨는 재판이 끝나기 9분 전 호흡 불편을 호소했다. 재판장 허가에 따라 퇴정과 함께 휴식했다가 7분 만에 피고인석으로 돌아왔다.

다음 재판은 오는 30일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이날 채택한 증인들이 출석하면, 신문이 이뤄진다.

전씨는 앞서 2차례 진행된 항소심 공판기일(2차례 연기)에 출석하지 않았다.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을 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365조 2항을 토대로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완화·면제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불출석한 상태에서는 증거 신청 제한 등의 불이익을 줄 수밖에 없다'는 재판부의 경고에 입장을 바꿔 이날 법정으로 향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써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1월30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전씨는 1심 때 3차례만 법정에 나왔다.

지역 법조계에선 전씨가 이날 항소심 3번째 공판 이후 재판 불출석 허가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씨의 법률 대리인은 공판 진행 상황을 보고 제출 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코리아이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