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투자자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의지를 '블러핑'(허세 또는 엄포)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이러한 월가의 성급한 판단이 투자자들은 물론 연준에게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신문은 염려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연준의 상반기 금리 인상에 충격 받았던 시장이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S&P500 지수는 6월 중순 최저치보다 17% 상승했다.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6월 최고치보다 0.5%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이번 반등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달했고, 연준이 내년 중 금리 인상에서 인하로 전환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에 연준 고위 인사들은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며 일축하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주 "나와 시장이 단절돼 있다."라며 "향후 6~9개월 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예상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경고했다.

 WSJ는 수십년동안 투자자들은 연준이 시장 붕괴를 방어해주는 '연준 풋'을 기대해왔기 때문에 이런 반응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1987년 블랙먼데이 사태, 1998년 러시아 금융위기,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등 격변기에 빠르게 연준은 금리 인하에 나선 바 있다.

 연준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이래 5월 0.5%포인트, 6월과 7월 각각 0.75%포인트씩 올렸다.

 상반기 미국 주식은 1970년 이후 최악의 타격을 입었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고 시사한 데 투자자들은 주목했다.

 그러나 반등에 대한 회의론자들은 최근의 주가 상승을 경계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달해도 연준이 시장 기대만큼 빠르게 정책을 전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물가 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인 2%로 언제 되돌아갈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웨이 리 블랙록 글로벌 수석투자전략가는 "시장이 스스로 앞서가고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WSJ는 "시장의 회복이 연준의 업무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최근의 시장 랠리는 경제 자금 흐름을 긴축할 수 있을 만큼 금리를 인상해 지출을 줄이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중앙은행의 목표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짐 폴슨 로이트홀드그룹 수석 투자전략가는 "연준이 오늘날 매우 매파적이라는 사실이 그들이 몇달 내 비둘기파적 태도를 취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연준이 몇달 내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반응할 지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라며 "우리는 모두 예측할 수 없는 야수를 상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선임 경제 참모로 일했던 마크 서머린은 "금융 여건을 긴축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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